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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5.13 신을 버린 세계 - 1. 니체
글
신을 버린 세계 - 1. 니체
이 글은 예전에 ZA 공모전에 넣어봤던 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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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떨어졌지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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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체
인간의 삶은 신을 떠나고, 문명에는 더 이상 환상과 신비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과학은 신성에 승리하였으며, 전기는 훌륭하게 인류를 손에 넣었다.
세계는 철저하게 해부 당하고, 재단되어 인간의 손 안에서 변형 되어간다.
그렇기에 인간을 낳은 세계는, 인간을 인도하던 신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예측할 수 없는 범위에서 일어난 자연의 변화.
도시 지역까지 덮친 갑작스러운 사막화, 지하에 매장 된 천연 연료의 발화로 인한 열대 우림의 대규모 소실, 녹아내린 빙하와 함께 상승한 해수면, 그리고 기온 변화로 인해 생긴 역사상 최대 최악의 태풍까지.
인간이 지금까지 알고 있다고 믿었던 자연은 간단하게 그들의 문명을 파괴하였다. 몇 천 년 동안 발전 되어온 문명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는 데에는 채 몇 년이 걸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날짜와 계절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철저한 혼돈의 시기가 간신히 지나갔을 때, 인류를 기다린 것은 같은 인류의 습격이었다.
윤리도 도덕도 없이, 이성마저 넘어선 합리는 인간의 정신이 도달할 수 있는 최악의 종착역이었다.
냉철한 분석과 합리적인 판단 끝에 도출된 결론은 망가진 문명을 수복하기 위해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하나로 뜻을 모아 철저하게 상호보완적으로 움직여야 모두가 살 수 있다는 겉보기에는 매우 그럴 듯한 결론.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 지독하게 합리적인 생각을 한 것이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많은 이들이 생각했다. 중심은 자신 외에는 누구도 될 수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만큼 확실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달리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합리적인 자들은 생존한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혹은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 배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
인류는 한 걸음씩 나아갔다. 누군가를 죽이고 딛는 걸음이었지만, 그것은 죄가 아니다. 최고의 결과를 위해 방해 되는 것을 제거하는 행위. 최적의 효율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 상선(上善)이다.
재앙과 전쟁,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은 인간에게서 마지막 남은 환상을 빼앗아갔다. 파괴된 문명은 과거의 흔적을 지우고, 전쟁은 인간의 마음을 얼렸다. 당장 내일의 먹을 것과 자신의 생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살아가기 위한 것 외에는 관심이 없어졌다.
드디어 인간은 신과 결별하였다.
신은 죽었다. 그리고 세계는 미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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