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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 팬픽 - 가렌 & 카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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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2 09:29:39
그 날의 전투는 살아남은 이들의 입을 통해 알려졌다.
데마시와와 숙적 녹서스의 끝없는 전쟁 속에서도 그 날의 전투가 유난히 돋보이는 것은 데마시아의 우상 가렌과 녹서스의 마녀 카타리나가 처음으로 격돌한 전투이기 때문이다.
아니, 아니. 정정하겠다. 카타리나 역시 녹서스의 영웅. 그런 영웅을 마녀라고 하는 것은 너무 데마시아의 편을 들어주는 인상을 주게 될 테니까.
어쨌든 나는 데마시아와 녹서스를 돌며 그날의 전투를 직접 목격한 병사들을 찾아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 기록을 완성하였다.
많은 이들이 말하기를 각 나라에서 자신들의 영웅을 너무 신격화한다고 한다. 세간에 알려진 영웅들의 능력들과 각국에서 홍보하는 능력은 너무 큰 차이가 있고, 또 정말 말도 안 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들 중 하나다.
하지만 이 기록을 완성하면서 나는 느꼈다. 그들이 영웅으로 불리는 것은 나라의 홍보로 인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가진 능력은 영웅이라고 불리기에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평소에 그 능력을 한계치까지 보일 필요가 없었기에 실제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말도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전쟁 속에 넋이 나간 병사들의 헛소리로 취급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한명, 또 한명, 그날을 기억하는 병사들을 찾아갈수록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영웅은 영웅이기 때문에 영웅인 것이라는 사실.
그날의 전투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양국을 다 합쳐도 채 100명을 넘지 않을 정도다.
데마시아와 녹서스의 치열한 전쟁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자들. 그 중 대부분은 군의 장교 내지는 훈련교관, 그도 아니면 쟁쟁한 용병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절대로 전쟁에 미쳐 헛소리를 할 만한 자들이 아니다.
더구나 그들의 증언은 모두 일치하고 있었다. 중간 중간 다른 자들과 조금 다른 내용을 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 역시 여러 방면에서 추론해보면 인과가 맞아떨어지는 같은 것들이었다. 즉, 보는 방향이 틀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봤을 뿐이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두 사람이 마주쳤을 때, 그 둘은 이미 거친 전투를 뚫고 나온 후였다고 한다. 전장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를 보는 순간 서로를 의식했고, 이내 숨 막히는 전투를 시작했다고 한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 쓴 가렌과 땀에 흠뻑 젖은 카타리나. 그들에게 그 순간만큼은 적군도 없고, 아군도 없었다. 가렌의 육중한 검이 데마시아 기사의 방패를 부수기도 했고, 카타리나의 날렵한 단검이 녹서스 병사의 투구를 날려버리기도 했다.
놀란 양쪽의 군사들은 그 자리에서 멀리 떨어졌고,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주변은 전쟁터가 아닌 두 사람만의 결투장이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전투의 흐름 역시 약해지더니, 결국은 서로 대치한 상태에서 그 결투를 지켜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두 사람이 보여주는 무력은 절대적이었으며, 그 결투의 결과가 이 전투의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것을 양군 모두 깨달은 것이다.
가렌의 검은 절도의 검이다. 무거운 갑옷을 입었으면서도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는 가렌의 강인한 육체. 적을 베는 것에 있어 필요한 것은 단 일검. 방패나 무기에 의해 방어조차 허락하지 않는, 그와 함께 적의 몸까지 베어버리는 절대의 일검이 가렌의 검이다.
카타리나의 검은 기교의 검이다. 치밀한 계산에서 나오는 단검 던지기는 이미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으며, 상대의 사각을 통해 은밀하게 다가오는 몸놀림은 전쟁의 사신이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갑옷으로 중무장한 가렌이기에 카타리나가 노릴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얼굴과 대퇴부, 그리고 갑옷 사이로 드러난 팔에 일부 정도였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나 ‘기껏’이지 카타리나에게는 충분히 넓은 면적이었다.
얼굴을 노리고 단검이 날아오는 가 싶더니 어느새 허벅지를 노리는 단검이 날아온다. 가렌은 그중 일부를 건틀릿으로 쳐내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검으로 박살내면서 카타리나를 쫓고 있었다.
카타리나는 백스텝으로 가렌과 거리를 벌리면서 틈만 나면 단검을 던져 그의 신경을 분산 시켰다. 빠르게 다가서는 가렌을 백스텝만으로 피하는 것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마른 몸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단검이 나오는가 하는 것이다.
손에 들린 단검이 가렌을 노리는가 싶으면 어느 틈엔가 다시 빼드는 단검. 또다시 가렌을 향하는 단검. 그것을 방어하고 카타리나를 쫓는 가렌.
같은 패턴의 지루한 공방전이지만, 그 수준이 영웅급이라면 절대 지루할 수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이 빠르게 날아가는 단검이 있는가 하면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 튕겨내기 난감한 단검도 있다. 또 어떤 단검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하늘에서 떨어져 공격을 하기도 한다.
검을 내리쳐서 단검을 박살내는가 하면 건틀릿으로 쳐내기도 하고, 아예 잡아채서 다시 집어던지기도 한다. 개중에 갑옷으로 날아오는 단검은 쳐내지도 않고 몸으로 받아내는 과감성마저 보여주니 누가 지루하게 생각하겠는가.
또 한 번 단검이 날아온다. 얼굴과 검을 든 손, 그리고 다리를 노리고 한 번에 3개의 단검이 날아온다. 그 역시 대단한 공격이었지만, 이미 몇 번이고 써먹은 패턴이었다.
잠깐이지만 수십 합의 격돌 속에 슬슬 서로에게 익숙해진 시기. 이제 탐색전(그 격렬한 공방조차 탐색전이었음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경악했다고 한다.)은 끝을 낼 때가 되었다.
과감하게 선공을 시작한 것은 가렌이었다.
챙!
3개의 단검을 쳐냈음에도 소리가 한 번으로 들리만큼 빠른 일검. 그 직후를 노리고 달리는 가렌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빨랐다.
그럼에도 카타리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순간을 기다려온 듯 가렌이 속도를 높이자마자 7개나 되는 단검을 쏘아낸 것이다.
그 속도와 간격은 그 전까지와는 전혀 달랐다. 가렌이 진짜 힘을 숨겼듯 카타니라 역시 그 능력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흥!”
후앙!
하지만 그 정도는 가렌의 예상 범위 안이었다. 검을 돌려 잡아 검날이 아니 검면으로 내려치자 그것만으로 머리, 사타구니, 다리 등을 노린 단검이 튕겨져 나가고, 그 풍압에 팔을 노린 단검이 밀려나버렸다.
가렌에게 이 순간은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기회였다. 한 번에 한계치까지 힘을 쏟아 부은 카타리나다. 자신이 달려들면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속도를 높이려는 순간. 가렌의 눈에 보인 것은 그게 확대된 칼끝이었다.
카타리나는 모든 힘을 다 끌어낸 것이 아니었다. 7개의 단검을 던진 직후 그 뒤를 이어 가공한 속도의 단검을 하나 더 던진 것이다. 단 하나의 단검에 모든 힘을 담은 만큼 그 속도는 정말 무시무시한 것으로, 앞서 던진 단검들이 가렌과 격돌하는 순간 이미 가렌의 눈을 노리고 있었다.
“큭!”
위기에 몰린 가렌을 구한 것은 순전히 무수한 수련과 전투로 다져진 반사신경이었다.
챙!
검을 휘두른 양손 중 왼손이 올라와 단검을 쳐낸 것이다.
하지만 놀라움을 털어버리기도 전에 가렌은 다시 긴장해야했다. 카타리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쉬익!
미세하게 들리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 눈으로 보는 것보다 귀가 먼저 반응하고, 그보다도 먼저 피부가 살기를 감지했다.
어느 샌가 가렌의 지척까지 다가온 카타리나. 10m의 거리가 있었건만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 같이 다가와 있었다.
순간이동의 정체는 간단하다. 7개의 단검 뒤에 날아든 단검으로 가렌의 신경과 시야를 고정시키고, 단검을 쳐내는 가렌의 건틀릿에 맞춰 시야의 사각으로 파고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주변에서 구경을 했던 병사들이기에 알 수 있는 것이지 당사자인 가렌에게는 마술과도 같은 일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술에 맞장구 쳐줄 생각은 없지만.
“잔재주를!”
호기롭게 외치며 카타리나가 휘두른 단검을 피한다. 그리고 단검을 쳐올렸던 팔려 카타리나를 내려친다.
거검을 쓰는 가렌에게 있어 이렇게 바싹 붙어 단검을 휘두르는 것은 분명 성가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성가신’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장검의 간격 안으로 파고들어 단검의 간격으로 이긴다는 것은 정말 좋은 수법이지만, 검 하나로 자신을 연마해온 가렌에게 그런 간격은 무의미했다.
건틀릿의 공격을 피한 카타리나에게 날아온 것은 검을 역수(逆手)로 든 가렌의 주먹이었다. 검의 간격 안으로 들어간다면 저 무거운 주먹이, 주먹을 피하면 검이 기다리는 상황.
이 금방이라도 끝나버릴 것 같은 순간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지켜보던 이들이 눈을 의심하게 하고, 또 그렇게 보면서도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부분은 목격자들마다 조금씩 내용이 다르다. 아마또 너무도 빠르고, 또 바싹 붙은 서로의 몸에 가려진 부분이 있어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것 같다. 때문에 목격자들의 진술을 모아 그 인과를 따져, 가장 개연성 있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카타리나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주먹에도, 검에도 걸리는 느낌이 없었다. 가렌은 긴장을 높이며 방어에 들어갔다.
가렌의 공격에 한 순간 위기에 몰린 카타리나는 그 자리에서 눕듯이 몸을 젖혀 가렌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는 동시에 한손으로 바닥을 쳐서 몸을 왼쪽으로 날렸다. 묘기에 가까운 이런 동작에 가렌은 순간적으로 카타리나의 모습을 놓쳤고, 카타리나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다.
가렌의 뒤를 노리는 카타리나의 단검을 시작으로 영웅들이 진정한 힘을 드러냈다.
뒤를 노리는 단검을 피해 어깨 받아내며 팔꿈치를 휘두른다.
팔꿈치를 피해 몸을 낮추는 는 동시에 단검을 날려 턱을 노린다.
몸을 뒤로 젖혀 단검을 피하고, 그 반동으로 검을 올려친다.
몸을 회전 시켜 검을 피하고 어깨너머와 옆구리 너머로 몇 개나 되는 단검을 던진다.
올려친 검으로 얼굴을 보호하면서 다리로 날아오는 단검은 왼손으로 쳐내고 나머지는 갑옷으로 받는다.
이어지는 가렌의 강력한 태클. 산이 다가오는 듯한 가렌의 몸통박치기를 카타리나는 물이 흐르는 듯 유연한 움직임으로 피한다.
그 두 사람은 어떤 순간에서도 회피동작을 취하고, 공격을 방어한다. 어떤 순간에서도 무기를 휘둘러 적을 공격한다. 검을 든 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그 경지에 두 사람은 들어가 있었다.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 같던 이들의 결투는 마지막까지 숨겼던 비장의 한 수가 나오면서 끝을 맺게 되었다.
공격을 피한 카타리나가 다시 사각으로 들어가 단검을 휘두르고 가렌이 그 간격 너머로 피하자 휘두르던 단검을 그대로 놓아버렸다. 휘두르는 공격의 간격을 벗어나 자신의 간격을 만들려던 가렌에게 이 공격은 단순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것이었다.
설마 휘두르던 단검을 그대로 던질 줄이야. 하지만 가렌은 그 순간에도 반격을 가했다.
아무런 예비동작 없이 내밀어진 팔. 그것은 정말 예상할 수 없는 찌르기였다. 언제나 일검에 적을 베고, 가까이 다가온 적은 주먹으로 후려치는 가렌이다. 그의 찌르기는 정녕 누구도 예상 못한 것이었으며 처음으로 ‘진짜’ 가렌의 간격으로 들어간 카타리나에게는 최악의 공격이었다.
핏
가벼운 소리. 어느새 멀찍이 떨어진 카타리나의 몸에서 피가 흘렀다. 그것은 옆구리를 스친 아주 작은 상처에 불과했지만 그 의미는 매우 컸다. 언제나 적의 피도, 자신의 피도 몸에 묻힌 적이 없는 검의 여왕이 드디어 자신의 피를 흘리게 된 것이다.
가렌은 입에 문 단검을 뱉으면서 카타리나의 모습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언제나 절도를 지켜온 가렌. 그런 가렌의 프라이드가 오늘 무너지게 되었다. 방금 전 카타리나의 단검을 막은 것은 갑옷도 아니고, 검은 더더욱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이빨이었다. 기사의 모범으로서 절도를 보여야 하건만 용병들의 방식으로 방어를 한 것이다.
어느새 거칠어진 두 사람의 숨결. 겨울이 되려면 멀었건만 그들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오고 있었다. 격렬하게 달구어진 육체에서 뿜어지는 그 증기는 자신의 자랑을 뭉겐 상대에 대한 분노이며, 또한 자신을 뜨겁게 만든 자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 뒤로 이어진 것은 그야말로 신화에나 어울리는 전투. 단 두 사람이 격돌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것은 결투가 아닌 전투였으며, 또한 전쟁이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이들이 두 사람을 존경하며 아련한 눈으로 추억을 회상하는데, 거기에는 데마시아도, 녹서스도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
어쩌면 이 기록은 전쟁기록이 아닌 신화에 한쪽을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가렌과 카타리나, 데마시아와 녹서스의 영웅들은 그 존재 자체가 이미 살아있는 신화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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