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포피(po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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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30 07:49:56
숲을 가로지르는 길을 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헉! 헉!”
“더! 더 빨리!”
“이쪽으로!”
숨이 턱까지 차올랐으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그 구성도 다양해서 가벼운 갑옷을 걸친 기사부터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까지 있었다.
특히 드레스를 걸친 쪽은 이미 혼자 힘으로는 걸음도 못 옮기고 기사가 잡아끄는 데로 끌려가는 중이었다. 다시 말해 슬슬 파국이 다가오는 시점이다.
다이어 울프(dire wolf). 이 숲에는 다이어 울프가 살고 있었다. 황소만한 덩치에 기사들의 갑옷조차 찢어버리는 발톱과 검마저 깨부수는 이빨을 가진 마수가 이 숲에 있었던 것이다.
‘우리 쪽에서 마중을 나갈 테니 숲 입구 마을에서 기다리십시오.’
애초에 데마시아의 말을 들었어야 한다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화도 났다. 기왕 기다리라고 하는 거 왜 기다려야 하는지 이유도 가르쳐주면 좋았잖은가? 그랬으면 이렇게 빌어먹을 상황에 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도망치고 또 도망치고. 아무리 달려도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열심히 도망치는 것 따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뒤를 쫒는 마수가 전력을 다하지 않아 이 정도 거리라도 유지하는 것이다.
다이어 울프의 지능은 뛰어나다. 그것은 그놈으로 하여금 사냥감의 힘을 빠는 법을 알게 하였다. 즉, 이렇게 열심히 달리게 두었다가 힘이 빠져 저항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손쉽게 목숨을 끊어버리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다. 멈추는 순간이야말로 저 마수의 뱃속을 구경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될 수는 없었다. 적어도 데마시아의 마중이 나올 때까지라도 버텨야했다.
“아악!”
“이런!”
아무리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지만 곱게 자란 아가씨에게 가능한 일이 있고 불가능한 일이 있다. 이렇게 전력으로 장시간 달리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나마 지금까지 버틴 게 용하다고 할까?
아가씨뿐만이 아니다. 늙은 집사도, 시녀도, 시종도, 모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크르르…….”
천천히 모습을 보이는 거대한 늑대. 기사는 ‘큭’하는 신음성을 흘리며 검을 빼들었다. 물론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래도 힘이 안 빠졌다는 생각만 들게 하면 어느 정도 시간 벌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거대한 덩치와 강인한 발톱을 가졌지만 다이어 울프는 의외로 신중한 성격이다. 절대로 자신이 다칠 것 같은 상황은 만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저항할 수 있음을, 이 검을 휘두를 수 있음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그래, 그랬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결국은 희망사항일 뿐.
“빌어먹을…….”
붉은 갈기를 가진 거대한 늑대. 그 옆으로는 그보다 작은 마수가 둘이나 더 있었다. 그것은 확실한 절망이었다. 다이어 울프가 진정 무서운 것은 그 지능과 힘뿐만이 아니다. 항상 3마리가 같이 다닌다는 것, 몇 명이 모아 있어도 소용없다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움직일 줄 모르고, 그나마 검을 든 자의 손을 떨리기만 한다.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
이제 슬슬 이 사냥을 끝내야 할 때가 되었다. 우두머리 다이어 울프는 그 영리한 머리와 흉포한 본능으로 알아차렸다. 이제 이 먹이들은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움직일 힘도, 저항할 의지도 이미 잃어 버렸다는 것을.
“크르르륵, 카아아!!”
이것은 일종의 의식이다. 이 살기 가득한 흉성이면 이미 의지가 꺾인 이들은 정신이 나가버리고 말리라.
“하압!!”
그 순간, 그 끔찍한 살기의 벽을 부순 것은 아주 짧은 기합이었다.
그와 동시에 풀숲에서 뿜어진 맹렬한 투기! 그 투기와 함께 쏘아지는 강력한 힘!
그것은 전신을 갑옷으로 감싼 작은 요들이었다. 언제나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일상으로 삼는 요들. 사람들로부터 타고난 광대라는 소리를 듣는 요들. 그런 요들이 전신 갑옷을 입고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그 손에 들린 두꺼운 방패. 그 크기도 커서 작은 요들의 몸 정도는 완전히 가릴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퍼억!
“커엉!”
정체불명의 요들이 뛰쳐나온 풀숲에서 다이어 울프까지의 거리는 불과 5m정도. 그 짧은 거리를 달렸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추진력이 다이어 울프를 후려친다. 아무리 작은 요들이라지만 그 전신 갑주와 방패의 무게는 보통이 아니다. 그런 묵직한 물건이 엄청난 추진력을 받아 날아왔으니 아무리 다이어 울프라도 밀려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쩌엉!
“카악!”
하지만, 이건 정도가 심하다. 이 요들의 다리 힘은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대단한 추진력이었다지만 다이어 울프를 밀어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날려버려서 나무에 박아버린 것이다!
우두머리 다이어 울프의 입에서 피가 튄다.
물론 다른 두 마리의 다이어 울프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요들이 우두머리를 나무에 꽂아버리는 순간 요들의 뒤를 노리고 뛰어오른 것이다. 하지만 그 짐승들을 기다리는 것은 뜨거운 피가 아닌 차가운 일격이었다.
흔히들 착각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요들의 짧고 굵은 몸을 보면서 그들이 굉장히 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말 그대로 착각이다. 요들은 언제나 인간은 흉내도 못 낼 정도로 기묘한 춤을 추며 즐긴다. 그런 그들의 몸이 둔할 리가 없지 않은가? 인간보다 유연하고 탄력 있는 것이 요들의 몸이다.
“흐압!”
기합과 함께 요들의 몸이 회전한다. 먼저 하반신이 돌아 자세를 잡고, 허리와 발목의 힘으로 상반신이 회전한다. 그리고 거기에 딸려오듯이 회전하는 오른팔과 오른손에 잡힌 거대한 해머. 그것은 다만 손잡이가 짧을 뿐 요들에게도, 인간에게도, 또 다이어 울프에게도 커다란 쇳덩이의 일격이었다.
빠악!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맹렬한 투기와 그 투기를 가득 담은 거대한 망치. 회전에 회전을 거듭해 가해진 공격은 가히 ‘파괴의 일격’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 비명조차 용납하지 않는 강철의 파괴력에 직격 당한 한 마리는 그 자리에서 즉사. 단지 조금 늦게 뛰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한 마리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조차 못 하고 몸이 굳어버렸다.
다시 한 번 들려올라가는 해머. 차갑게 집중된 투기에 마지막 다이어 울프는 굳어진 몸 그대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것은 몸을 던지는 듯 한 일격. 그 일격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짐승들은 인간 앞에 설 수 없게 되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
얼이 빠진 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작은 요들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아니, 작다니 당치도 않다. 저 요들의 투지와 힘은 몸이 작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살아남은 사람들을 모두 합쳐도 저 요들 앞에서는 작고 작은 존재일 것이다.
“데마시아에서 마중 나왔습니다. ‘포피’라고 합니다. 사람이 없어 저밖에 오지 못했으니 이점 양해해주시기를.”
누구도 ‘포피’라는 이름을 가진 이 요들에게 불만을 내뱉지 않았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눈동자. 전신에서 뿜어지는 막강한 투지. 작은 요들 소녀 포피지만 그 안에 있는 의지와 영혼은 결코 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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