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민담에 나타나는 방향의 상징성

쪽지 2012. 7. 29. 15:44

대학 시절 발표 시간에 했던 어떤 조의 내용 중 이런게 있었다.


"여기서 주인공이 동쪽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동쪽으로 갔다는 부분에서 상징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조사를 해봤더니 동쪽은 사방신 중 청룡을 상징하고 나무를 상징한다고 하더라구요."


뭐 일단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동쪽은 사방신 중 청룡을 뜻하고, 오행 중 나무의 위치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발표의 주제가 된 동화가 유럽쪽 동화였다는거지.


즉, 동양 철학에서 나온 사방신과 오행의 상징을 붙이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뭐라고 하고 싶기는 했지만,


사실 그 전까지 상징학 같은 걸 공부하지 않은 애들이 그렇게까지 공부했다는게 기특해서 그냥 뒀다.






흠흠


일단 방위에 따른 상징을 알기 위해서는 당시 세계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유럽, 즉 서양에서 전해져온 민간 동화기 때문에 중세 이전을 기본 시대로 잡아야 할 것이다.


이때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관념에 따르면 동서남북의 상징성이 이렇게 나온다.



동 - 태양이 떠오르는 곳이기 때문에 신들이 기거하는 장소. 지혜와 지식의 보고. 동양의 이미지로 인한 신비의 땅.

서 - 콜럼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 사람들인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몰랐을 뿐더러 서쪽으로 가면 바다의 끝이 나오고, 거대한 절벽 밑에서 악마가 입을 벌리고 있다고 믿었다. 즉, 서쪽은 악마의 소굴, 공포와 어둠의 세계.

남 - 보물의 땅. 향락의 도시. 이집트 문명의 모습이나 무역을 통해 들어오는 황금, 상아 등을 통해 유럽인들은 남쪽에는 재물이 있다고 생각했다.

북 - 야만의 땅. 매우 춥고 황량하여 사람이 살기 어렵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북방 훈족 등의 침략이 잦았다. 덕분에 야만인들의 땅이라는 상징성이 생겼다.



즉, 동화에서 주인공이 동쪽으로 간 것은 신비의 땅으로, 지혜와 지식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동양에서는 이게 약간 달라지는데, 지리적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동 - 마찬가지로 태양의 땅. 신, 부처, 신선의 세계가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서양하고는 조금 다르다. 서양에서는 동쪽에 대지가 있지만 동양에서는 동쪽이 바다다. 때문에 신들이 높은 산이나 그런 곳에 기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 구름 위 같은 곳에 기거하고, 그 세계가 동쪽에 있다고 생각했다.

서 - 동양에서 보면 서쪽에 대지가 있고 거기에 서양인들이 살고 있는데, 그래서 서쪽에는 도깨비의 나라가 있다고 생각했다.

남 - 남쪽 역시 드넓은 바다다. 그런데 이 바다는 동쪽과는 다르게 태풍이 올라온다. 때문에 남쪽은 바다신, 혹은 용왕이 있는 곳이라고 했다. 물론 동해 용왕, 남해 용왕 하는 식으로 용왕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동해 용왕은 진중하고, 지혜로운 면을 보여주고, 남해 용왕은 강한 무장과 같은 모습을 모여준다.

북 - 죽음의 땅. 어두운 분위기 풍기는 그런 죽음이 아니라 삭막한 분위기의 죽음이다. 전쟁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대충 이런 식인데, 사방, 오행 등을 따지면 의미가 좀 변하긴 한다.


하지만 사방과 오행은 중심자의 위치에 따라 변하는 것이므로 이런 동화의 상징성 해석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 방법이다.


뭐 신화라거나 도가 민담 같은 류면 또 모르겠지만 ㅋ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