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단편
짐승의 신
부들이부들
2012. 3. 15. 11:45
아주 오랜 옛날, 태고(太古)라 칭해도 좋은 옛날부터 살아온 짐승이 한 마리 있었다. 그 짐승이
신에게 물었다.
"신이시여, 세상은
아주 잘못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찌 된 것입니까?"
신이
답하기를,
[본래
세상의 모습이 그러하다.]
다시
짐승이 물었다.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껏 보아오건데,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것은 인간의 탓이 아닙니까?"
신이
되물었다.
[어찌
그리 생각하느냐.]
짐승이
답하기를,
"본래 신께서 세상을 만들기를 각자 본분에 충실하여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도록 되었는데, 인간은 유독 오만하여 자신들의 뜻대로 세상을 주무르고, 심지어 신의 모습마저 자신들에게 맞게 재단하고, 그것으로 자신들을
합리화 시키고 있습니다."
신이
말하였다.
[인간은
원래 그러하다.]
짐승이
의문이 들어 묻기를,
"그렇다면 당신께서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실 뿐이라는 겁니까? 그렇다면 당신이 짐승과 다를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신이
웃으며 말하기를,
[짐승의
신이 그럼 짐승이지 다를 것이 무엇이냐?]